글로벌 휴대폰 악세사리 1위가 말하는
해외에서 시작해서 지속 성장하는 법

국봉환
국봉환 슈피겐코리아 국내사업총괄 부문장
매출 5천억 코스닥 상장사, 휴대폰 악세사리 글로벌 1위

아마존 셀러 전체 중 10위 안에 있으며, 전 세계 휴대폰 악세사리 1위를 기록 중인 슈피겐코리아. 하지만 한국 회사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슈피겐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고,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지 들어보았다.

슈피겐? 그게 한국 회사야?

안녕하세요, 저는 슈피겐코리아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국봉환입니다. 슈피겐코리아의 매출은 4,600억 정도 되고요. 영업이익은 330억 정도입니다. 코스닥에 2014년에 상장했고, 한국 직원만 450명이에요.

그런데 "슈피겐? 그게 한국 회사야?"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저희가 60개국에 진출해 있고,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피겐 발표 자료

사실 진짜 단순한 회사예요. 핸드폰 케이스 만드는 회사거든요. 모바일 악세사리 글로벌 1위 회사입니다. 근데 그 단순한 거 하나로 글로벌 5천억 가까이 매출을 내고 있어요.

"케이스 회사가 무슨 5천억이야?" 하실 수 있는데요. 저희가 성장하는데는 아마존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늘은 해외 진출에 관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시작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부터 설계하세요

제가 사업하시는 분들 만나면 꼭 하는 얘기가 하나 있어요. "국내를 보지 말고, 해외를 보고 설계하세요."

슈피겐은 처음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집중했어요. 처음에는 미국이었고, 그다음에 유럽, 그다음에 인도, 터키 등으로 계속 늘려나갔죠. 대부분 한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반대예요. 한국에다 일단 깔고, 그다음에 일본 가고, 그다음에 동남아 가고, 그다음에 미국…

사업은 시작점이 다르면 끝점도 달라져요. 처음에 한국에서 시작하면, 한국이라는 '자장' 안에서 계속 갇히게 됩니다. 한국 소비자를 보고 만든 제품은, 그게 미국 가도 안 먹히거든요. 거꾸로 처음부터 미국을 노리고 시작하면 제품 설계부터, 가격 설계부터, 채널 설계부터 다 달라져요.

슈피겐 발표 자료

단순히 "글로벌 하세요" 같은 뻔한 얘기가 아니라요. '의사결정의 시작점'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거예요. 슈피겐은 휴대폰 케이스 색깔 하나 정할 때도, 처음부터 미국 소비자 기준으로 정했거든요. 한국 소비자는 투명, 검정 등 무난한 색을 좋아하잖아요? 반면 미국 소비자는 좀 더 컬러풀한 거 좋아해요. 시장마다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한 번 거꾸로 생각해 보세요. 만약 내가 사업 시작할 때,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다면 어떤 결정이 달라졌을지? 그 질문 하나만 던져봐도 시작점이 조금씩 움직이실 거예요.

단순히 제품만이 아닙니다. 먼저 한국에 깔고 해외로 가시는 분들 보면, 한국에서 하던 그 사고방식을 못 버리세요. 한국 거래처랑 일하던 방식, 한국 마케팅 방식, 한국 의사결정 속도… 그게 다 그대로 따라가요.

해외 시장은 국내와 결이 완전히 다른데, 한국 결을 못 버리니까 그 사이에서 자꾸 흔들리는 거예요. 처음부터 해외에서 시작해야, 해외에 맞는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결이 흔들리지 않지요.

미국과 아마존에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요. 아마존 시대가 이제 끝나간다는 겁니다. 저희가 아마존 16개국에서 판매하는 회사이고, 휴대폰 케이스 카테고리에서는 전세계 1위에요. 그래서 좀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마존이 처음 10년은 진짜 금광이었어요. 저희 슈피겐을 키운 거의 본진이 아마존이라고 봐도 될 정도예요. 저희처럼 큰 사업자가 아니라 해도, 5년 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연 100억 정도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제는 다릅니다. 알고리즘이 점점 아마존 PB 제품을 위로 올리고, 광고비는 무지하게 올라가고 있어요. 신규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옛날만큼 임팩트를 못 내요. 광고비는 매출의 30~40%까지도 써야 하고, 그러면서도 상위노출되는 저렴한 아마존 PB랑 싸워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아마존에서 탑 티어가 되겠다'를 목표로 하는 건 말리고 싶어요. 아마존을 버리라는 게 아니고요. 이제 글로벌 커머스는 단일 채널 의존을 끊어야 합니다. 점점 카테고리 분산, 채널 분산, 시장 분산이 중요해질 거예요.

슈피겐 발표 자료

그래서 저희도 인도로 진출했어요. 인도 매출이 한 400억 정도 되거든요. 단순 수출이 아니라, 인도에 공장을 직접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터키도 빠르게 성장 중이고요. 미국 아마존 의존도를 낮추려는 게 핵심 전략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처음에는 아마존이 잘 되니까 처음엔 아마존에 완전 집중했어요. 그러다가 아마존에 의존해서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분산 투자를 시작한 거죠. 지금 와서는 왜 좀 더 빨리 분산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큽니다. 경쟁자가 너무 많은 글로벌에서는 1년 차이가 진짜 크거든요. 그러니 집중도 좋지만, 항상 새로운 시장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합니다.

수출을 넘어 현지 플레이어가 되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인도 얘기를 좀 더 드릴게요. 슈피겐이 인도에서만 연매출 400억 기록하고 있고요. 인도에 공장도 직접 있어요. 현지 인력 쓰고,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 채널로 깔아요.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요. '수출'이라는 단어와 '현지 생산'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거든요. 수출은 한국 회사가 외국에 물건 파는 거예요. 현지 생산은 그 나라 회사가 되는 거고요.

수출 모델은 환율 흔들리면 흔들리고, 관세 정책 바뀌면 바뀌고, 한국 정부 정책 바뀌면 또 흔들리고, 변수가 너무 많아요. 반면 현지 공장은 그 나라 GDP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져요.

인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외국 회사가 우리나라에 공장 차리고 우리나라 사람 고용해 주는 회사'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인도 정부도 우리 편이에요. 세금 혜택도 받고, 인허가도 빠르고, 현지 채널도 열어줘요. 수출만 하는 회사한테는 이런 게 안 와요. 수출 회사는 외부인이거든요.

슈피겐 발표 자료

인도라는 시장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이에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죠. 인구 14억이고, 중산층이 매년 늘어나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이런 시장에서는 '수출자'가 아니라 '현지 플레이어'가 되어야 진짜 먹을 수 있어요. 터키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고요. 터키 매출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에요.

저희가 인도 공장에 자산을 투자한 의사결정은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니에요. 미국 단일 시장 의존을 끊는 글로벌 분산 전략의 핵심 축이에요. 시장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곳에 자산을 투자하는 것, 이게 해외 진출에서 다음 10년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큰 시장은 이미 다른 빅 플레이어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요. 반면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은 위험해 보이지만, 그 시장이 커질 때 그 안에서 같이 커요. 시장 사이즈가 10배 되면 본인 매출도 10배가 돼요. 장기적으로는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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