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일 대표는 2025년 시리즈C 라운드에서 428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약 6천억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그는 창업 후 2년 넘게 매출 없이 여러 제품을 내며 고생만 했다. 어떻게 강남언니가 PMF를 찾아갔는지, 그 과정을 들어보았다.
사진 3장으로 시작한 강남언니
안녕하세요, 강남언니 대표 홍승일입니다. 저는 시장을 찾아가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강남언니는 처음에 '카닥'을 벤치마킹했던 서비스였어요. 사진 3장으로 성형 견적을 비교받는 서비스였죠. 2017년부터 시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술 영역으로 포커스 마인드셋을 바꿨고, 지금은 전체 사업에서 60~70%가 시술 영역이 됐습니다.

처음에 '성형수술'로 시작한 이유는 '고관여 시장'에 침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강남언니 이전 여러 제품을 내놓았는데요, 창업 초기에는 '암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타겟으로 하는 의료 시장에서 제일 크고 중요한 문제가 암이었거든요. 지금은 AI로 상장한 '뷰노'와 '루닛', 두 회사 모두 '암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한 회사죠.
그런데 임팩트를 못 내더라고요. 나중에 회고했을 때 '사이즈는 크지만 우리가 풀 수 없는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 사이즈 관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내 그릇에 맞게 줄여나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계속해서 줄여가니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치료에서는 아직 임팩트를 내기 힘들 거라 생각하고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자로 피봇했습니다. 만성질환자 관리에서 가장 큰 시장은 '당뇨'와 '고혈압'이었어요. 하지만 만성질환자들은 60대 이상이 많아서 얼리어답터 그룹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고객군이 맞지 않았고 또 접어야 했어요.
이후에도 저희는 계속 '줄여나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만성질환인 '갑상선 질환 관리'로 피봇했죠. 갑상선 암 시장은 당뇨와 고혈압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 되지만, 주 타겟인 젊은 여성분들은 수용도가 높았거든요.

그럼에도 성장이 지지부진했어요. 그때 느낀 점은 여전히 우리는 너무 많은 걸 하고 있단 거예요.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는 약물 복용 관리 딱 하나만 도와주는 서비스가 100억씩 투자받고 있었거든요. 반면 저희 제품은, 약물 복용 관리, 운동 기록,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이 있었죠. 각 기능도 다 잘 만들었습니다. 다만 기능이 너무 많았던 거죠.
그래서 환자들의 A to Z를 해결하려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계속 '타겟 페르소나'만 좁혔지, 이 페르소나가 겪는 '사용자 여정 단계'까지는 줄이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사용자가 겪는 '어떤 한 문제'라도 제대로 푸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공황장애' 환자의 '호흡 훈련' 딱 하나만 돕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기능이라도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써야 되는 기능에 집중하려는 거였죠. 여기서 성공의 힌트를 얻었고, 이 경험이 '강남언니'에도 녹아있습니다. 처음에 이름만으로도 욕 먹었지만, 어차피 우리 서비스 안 쓸 사람한테 사랑받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어요.
같은 가치 사슬로는 1등을 못 이긴다: 사진 3장, 딱 하나에만 집중하다
당시에 '바비톡'이라는 경쟁 서비스가 2년 이상 운영 중이었는데요. 여기는 성형 관련 A to Z를 다 다루고 있었어요. 익명 게시판, 성형 전후 게시판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었어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파괴적 혁신 이론'을 내놓았는데요. 같은 가치 사슬로는 1등을 이길 수 없고, 다른 가치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게 요지예요. '요기요'가 '배달의민족'을 따라잡기 힘들지만, '멤버십'으로 접근한 '쿠팡이츠'는 따라잡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사진 3장으로 받는 견적 비교' 딱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사용자 여정상의 모든 문제를 풀 필요가 없다 생각했어요. 내가 어떤 시술을 받아야 되는지, 재방문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다 풀 필요 없고 딱 하나만 뾰족하게 풀자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성형을 고민하는 사용자 여정상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병원과 의사를 결정하는 순간'이라고 가정했어요. 사용자 여정의 전체 가치를 100이라고 한다면, 이 순간의 가치가 80~90이 된다고 봤거든요. '난 어떤 시술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 '수술 후에 애프터케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문제는 유튜버에게 맡기고, 병원과 의사를 결정하는 순간에만 집중한 거죠. 그래서 '사진 3장으로 받는 견적 비교'가 나왔습니다.
지금도 저희들은 성장의 결핍을 느낄 때는 '어디로 확장하지' 이런 생각은 안 하고요. 페르소나를 줄이거나 문제 영역을 좁혀서, 무엇을 깊게 팔지 고민합니다.
사람의 에너지는 고정값이고 인지 부하도 한계가 있어요. 문제가 안 풀리니까 성장을 못하는 거고, 그럴 때 깊게 파고들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마인드셋이죠. 이 마인드로 세밀하게 문제에 파고들 때, 역설적으로 성장을 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