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하고 느낀 것:
한국 문화가 배워야 할 점들

강동주
강동주 아이유노 VP
3회 창업 · 2회 엑싯 · 전 노션 테크니컬 아키텍트

세 번 창업하고 두 번 엑싯한 뒤, 노션의 테크니컬 아키텍트로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를 경험했다. 1년간 안에서 지켜본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결정적 차이를 지분 보상·피드백 문화·미션 몰입이라는 세 키워드로 풀어놓았다.

안녕하세요, 아이유노 VP 강동주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세 차례 창업했고 두 차례 매각을 경험했습니다. 그 후 잠시 노션의 테크니컬 아키텍트로 합류했는데요. 그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우선 회사의 대표가 아닌 것만으로 그냥 좋더라고요. 대표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서도 실리콘밸리 기업에 있으니, 더욱 창업 욕심이 나는데요. 노션에서 배운 문화들에 대해 설명드릴까 합니다.

파격적인 지분 보상으로 좋은 인재를 끌어들인다

한국에서 "얼마 받아?"는 연봉이 얼마인지 묻는 거잖아요? 실리콘밸리에서 그 질문은 주식이에요. 시니어일수록 현금 비중은 낮아지고 지분 비중이 높아집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 지분이 연봉을 몇 배, 때로는 몇십 배로 뛰어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부의 사다리 자체가 근로소득이 아니라 자본소득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인재들은 '지금 월급 많은 곳'이 아니라 '3~4년 뒤 지분 가치가 커질 곳'으로 가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회사가 커지면 나도 커진다는 구조가 몰입의 결을 바꿉니다.

심지어 그 보상도 굉장히 빠릅니다. 저는 노션에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요. 노션에서 '1년 클리프'를 없애줬어요. 그러니까 한국처럼 몇 년 묶여있지 않았는데도 지분 보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어이 없는 보상이지만, 이런 파격적 보상이 계속해서 인재를 끌어당기는 시스템이 됩니다.

피드백을 돌려 말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성장을 낳는다

한국은 위계와 체면 때문에 피드백이 완곡합니다. "이것도 좋은데, 혹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의 나라죠. 실리콘밸리는 정말 직설적이에요. 못하면 못한다고, 그것도 무엇을 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요. 상사가 아니라 스물다섯 인턴도 그렇게 해요.

처음엔 상처로 다가왔어요. 실리콘밸리 애들 거의 저보다 어리거든요. 그런데 몇 달 지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한국의 완곡함은 상대방의 성장을 포기한 결과예요. 실리콘밸리의 직설은 무례가 아니라, 제 결과물에 관심을 가져주는 존중이고요.

나중에 가니까 저도 그걸 즐기게 되더라고요. 회의실에서 이기는 건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를 가진 사람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이와 위계를 신경 쓰게 되고, 좀 꼰대 같은 상대방이 있으면 내가 일에 애정을 놓게 되잖아요. 실리콘밸리는 그런 눈치가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일에 좀 더 끈덕지게 될 수 있었어요.

미친 속도가 가능한 건, 모두가 미션과 제품에 집중하기 때문

한국에서는 점점 '미션 무용론'이 돌더라고요. 글로만 쓰고 실천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노션은 달랐어요. 정말 '이 제품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집착해요.

우리가 오글거린다고 하는 진지함이, 노션에서는 몰입의 연료였어요.

노션 써보면 일 단위로 업데이트되잖아요? '일단 빠르게, 틀리면 고친다(move fast)', 완벽한 기획서보다 거친 실행이 먼저죠. 이게 가능한 건 모두가 '제품'에 몰입하기 때문이에요.

실리콘밸리를 따라할 수는 없지만 배울 것은 많다

실리콘밸리식 기업이 서려면, 우리 나라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들은 안 맞으면 빠르게 헤어져요. 그래도 괜찮은 게, 해고가 인생의 주홍글씨가 아니거든요. "이번에 레이오프 당했다"가 링크드인에 담담하게 올라오고, 사람들은 위로 대신 채용 공고 링크를 추천해요.

이들에게 실패는 도전의 한 줄이지, 낙인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한편으로, 실리콘밸리에선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게 '정체됐다'로 읽히기도 합니다. 2~4년마다 회사를 옮기며 몸값과 경험을 쌓는 게 일반적이죠. 이직은 배신이 아니라 커리어 설계이고, 회사도 그걸 전제로 사람을 써요. 한국처럼 '원 팀' 느낌은 없어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요.

당연히 실리콘밸리를 그대로 옮길 순 없어요. 문화는 토양이라, 뿌리째 이식되지 않거든요.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우리 회사에 던져볼 수는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그들을 부러워하기 앞서, 먼저 우리 회의실의 규칙부터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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